김연아와 안톤 오노
지난 2월 있었던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감격을 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도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연아 선수와 안톤 오노의 경우가 그랬다.
김연아 선수는 동계 피켜 스케이팅 역사상 최고 점수인 228.56을 받아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일곱 살 때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한 김연아 선수 개인적으로는 14년 만에 금메달의 꿈을 이룬 기쁨이었고, 국가적으로는 1968년 그르노블 동계 올림픽에 한국이 처음 출전한 이래 42년 만의 쾌거였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르프 컴비네이션을 완벽히 소화하는 그 모습은 피겨 스케이팅의 아름다움을 넘는 환상 그 자체였다. 김연아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이루었고, 5천만 대한민국 국민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에게 환희와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김연아의 연기는 그냥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돌봄과 오서 코치와 같은 좋은 지도자를 만난 행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김연아의 고통과 좌절,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한 그녀만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연아 자신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을 결코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서 코치는 한 인터뷰에서 김연아 선수의 단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연아의 유일한 단점은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하는 것” 이라고 할 만큼 김연아 선수는 자기가 목표한 것은 이룰 때 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노력을 가진 선수였다. 완벽한 점프를 위해 수 천 번씩 연습한 열정과 피겨 스케팅에 철저하게 올 인하는 자세가 오늘의 김연아를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김연아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천만 국민의 기대가 20살의 김연아에게 얼마나 무거운 중압감으로 다가왔을까? 금메달이 확정된 직 후 있었던 NBC 와의 인터뷰 때 카메라맨은 김연아의 발을 크로스업해 보여주었다. 그녀의 발은 어떻게 저런 발로 스케이트를 신을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가 않을 만큼 상처로 짓무러진 발이었다. 김연아는 “13년 선수생활을 하면서 기뻤던 순간은 잠시 뿐이었다. 대부분은 힘든 기억들이었다. 그래도 그런 힘든 순간이 있어 현재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 했다. 20살 나이를 뛰어 넘는 솔직하고 성숙한 모습이었다. “이 세상이서 거저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선수가 아니면서도 한국인의 큰 관심을 끈 선수가 있었다. ‘안톤 오노’다. 그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심판을 속여 김동성 선수를 실격시킴으로 어부지리로 금매달을 받은 것으로, 2006년 올림픽에서도 부정출발을 했지만 심판이 문제 삼지 않음으로 금메달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선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오노 선수는 2010년 벤쿠버 올림픽까지 모두 8개의 메달을 딴 미국 빙상계의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에게는 반칙왕이요 공공의 적으로 불리우게 되었으며 “오노같은 사람” 이란 신조어 까지 생길정도로 미움을 받았다.
비록 한국인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주었으나 그 역시 뛰어난 스케이팅선수임에 분명하다. 이번 벤쿠버 동계올림픽의 미국 스케이트 대표 팀을 이끈 장권옥 코치의 말을 빌리면 안톤 오노만큼 성실하게 연습하는 노력형 선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사실일 것이며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 정도는 용납될 수 있는 지혜요 능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안톤 오노가 이번 벤쿠버 올림픽 500 m 경기에서 실격 처리됬다. 안톤 오노는 이 경기에서 모태범 선수에 이어 2 위로 들어와 은메달의 주인공이 될 뻔 했지만 주심은 안톤 오노가 캐나다의 프랑수아 루이 트렘블리를 밀쳤다고 판정하여 안톤 오노의 실격을 선언했다. 오노선수는 자신이 왜 실격을 당했는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시합 후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코너를 돌 때에 넘어지지 않고 다른 선수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오른 팔을 든 것 뿐인데 심판이 캐나다에 홈 어드벤테지를 주었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보면 안톤 오노가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으로 오른팔로 트렘블리 선수를 밀어내는 장면을 확실히 볼 수 있다.
오노는 500 m 경기가 있기 전 이번 동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할 것을 선언한 바 있었다. 아마도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8년 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헐리우드식 거짓 제스쳐로 김동성선수를 실격시키고 금메달을 가로챘던 그는 더 이상 심판을 속이지 못하고 실격 처리되었다. 그것도 그의 마지막 개인 경기에서...... 그 때 한 신문사는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었다. “반칙왕 오노 이번엔 딱 걸렸어.”
“스스로 속이지 말라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두리라” 하신 말씀은 참으로 맞는 말씀이다.